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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 - 박테리아에서 인간으로, 진화의 숨은 지배자

by 과학덕후문과샘 2023. 10. 14.

미토콘드리아는 깊은 비밀을 감추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토콘드리아라는 이름을 들어왔습니다. 신문과 책에서는 미토콘드리아를 한마디로 생명의 '발전소'라고 묘사합니다. 살아 있는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작은 발전기인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음식을 연소하는 장소이며, 세포 하나마다 보통 수백에서 수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습니다. 
이 책은 복잡한 생명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생명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미토콘드리아의 관점에서 살펴보며, 첨단연구로부터 나온 결과들을 퍼즐조각처럼 맞춰나가고 있는게 흥미롭습니다. 복잡성의 형성, 생명의 기원, 성과 생식력, 죽음, 영원한 생명에 대한 기대 등 생물학에서 중요한 난제들의 해답을 모색합니다.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바라본 생명의 진화사

세균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환경에서, 그리고 몇몇 상상치도 못한 환경에서 콜로니를 형성하며 20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생물량으로 따지면 세균의 생물량은 다세포 생물 전체의 생물량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그러나 세균에게는 길을 가다 마주칠 큰 다세포 생물로 절대 진화될 수 없는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반면 주류적 시작에서 볼 때 세균보다 훨씬 나중에 등장한 진핵세포는 세균이 살았던 기간에 비하면 한 조각에 불과한 단 수억 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 주위에 모든 생명체를 샘솟게 한 거대한 생명의 원천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미토콘드리아 입니다. 이들은 오늘도 우리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생명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누구나 한번쯤은 ‘미토콘드리아’라는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생산하는 아주 작은 세포기관으로, 이 작은 발전소가 우리 삶을 조절하는 방식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마다 평균 300~400개씩 들어 있으며 몸 전체로 따지면 그 수가 자그치 모두 1경 개에 이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크기는 아주 작습니다. 미토콘드리아 1억 개를 모아야 모래알 한 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니! 미토콘드리아의 진화는 언제나 활용이 가능하고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터보엔진을 생명체에 달아준 격입니다. 모든 동물에는 반드시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가장 느린 동물이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곳에 붙박이로 사는 식물과 해조류조차도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의 은밀한 소리를 증폭시키는 데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합니다. 이렇듯 복잡한 세포에는 반드시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겉모습은 세균과 닮았는데, 겉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토콘드리아는 한때 독립생활을 하던 진짜 세균이었으며 더 큰 세포 안에서 적응하게 된 것은 약 20억 년 전의 일입니다.
그 이전 20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세균은 진정한 복잡성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어쩌면 다른 행성에서는 지금도 이런 상태가 생명체의 발목을 잡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후, 두 세균의 연합이 진화의 빅뱅을 일으켰으며 그때부터 조류(藻類)와 균류와 식물과 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독립된 생명체였다는 것을 알리는 훈장처럼, 미토콘드리아는 DNA를 포함한 세균의 특징을 아직도 분명히 지니고 있습니다. 운명적인 연합이 이루어진 이래, 미토콘드리아와 숙주세포 사이의 뒤틀리고 예측할 수 없는 관계는 혁신적인 진화의 산물을 하나씩 만들어나아 갔습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이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이야기는 생명 자체의 이야기 입니다.

미토콘드리아

 

내부자 거래 - 복잡성의 기초

한편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라는 표현에 더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오늘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가장 최근 공통조상으로 추정됩니다. 모계를 따라 올라가면서 유전물질을 추적하면, 다시 말해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 이런 식으로 계속 아득히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있습니다. 모든 어머니들의 어머니인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약 17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어 ‘아프리카 이브(African Eve)’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유전학적인 조상도 같은 방법으로 추적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모든 미토콘드리아에 들어 있는 미량의 유전자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는 정자가 아닌 난자를 통해서만 다음 세대로 전달됩니다. 다시 말해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모계의 성(姓)과 같은 구실을 하므로 모계를 따라 조상을 추적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시계 - 미토콘드리아와 노화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의 노예화가 없었다면 우리 모두는 지금도 단세포 생물인 세균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미토콘드리아의 중요성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오늘날 선사인류학, 유전질환, 세포자살, 불임, 노화, 생체에너지학, 성, 진핵세포를 다루는 다양한 연구 분야의 중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결론

인류는 별을 올려다보며 왜 우리가 이곳에 있는지, 이 우주에는 우리밖에 아무도 없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 세상에 동식물이 가득한지, 다른 기회는 없었는지 의문을 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 조상은 누구인지, 우리에게는 어떤 운명이 마련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생명과 우주와 만물에 대한 해답이 더글러스 애덤스 말처럼(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은 아니지만 그처럼 난해하고 간단합니다. 그 해답은 바로 미토콘드리아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지구에서 어떻게 무생물이 생명으로 용솟음쳤는지, 세균이 왜 그토록 오래도록 지구를 지배했는지를 알려줍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이 외로운 우주에서 왜 세균이 진화의 정점이 되기 쉬운지를 일러줍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진정한 복잡성을 갖춘 최초의 세포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그 후 지구의 생명이 우리 주위를 둘러싼 거대한 존재의 사슬을 향해 어떻게 복잡성을 비탈을 올라갔는지 알려줍니다. 어떻게 환경의 속박을 벗어나 정온동물이 등장할 수 있었는지, 왜 우리는 성을, 그것도 두 종류의 성을 갖게 되었는지, 왜 사랑에 빠져야하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왜 우리가 세상에서 살날은 정해져 있는지, 왜 끝내 늙고 죽어야만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는 인간다움에 대한 저주라고 할 수 있는 노년의 비참한 고통을 피해 더 나은 황혼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넌지시 일러줍니다. 우리에게 생명의 참뜻을 드러내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그 모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만약 이것이 참뜻이 아니라면 생명의 참뜻은 과연 무엇일까요?